인디언들은 정말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을까? 그리고 조선의 기우제 지내는 방법과 의미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입니다. 이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디언 기우제입니다.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두 가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뜻입니다. 이는 주로 성공학개론에서 사용됩니다.
인디언들이 비 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성공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종교계에서도 인디언 기우제는 긍정적인 뜻으로 사용됩니다.
기도는 인디언들처럼 확고한 믿음을 갖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디언 기우제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부정적인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편이고 이럴 때 이 말이 더 화제가 되곤 합니다.
검찰이 죄가 나올 때까지 무리한 수사를 할 때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다라는 비판이 그런 예입니다.
기상청이 잇따라 일기 예보에 실패할 때도 인디언 기우제 지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가 사용하는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은 인디언들이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을까?
2. 조선의 기우제
3. 기우제 결언
1. 인디언들은 비가올때까지 기우제를 지냈을까?
그런데 이게 사실일까요? 인디언들은 정말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니다입니다.
인디언 기우제라는 용어는 고영권 교수가 쓴 같은 이름의 책에서 우리나라에 맨 처음 소개된 걸로 보입니다.
그 인디언 기우제는 복면달호라는 영화의 한 대사에 등장했고, 한 주식 투자서의 제목에도 등장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인디언 기우제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점차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고영건 박사는 사회학자인 로버트 머튼의 책에서 이 용어를 인용했습니다.
그의 책에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온 부족이 참여해 열심히 기우제를 지냈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로버트 머튼이 주목한 것은 기우제 자체가 아니라 이런 집단 의뢰를 수행함으로써 얻게 되는 사회적 유대였습니다.
비 올 때까지 지냈다는 것은 온 부족이 열심히 기우제를 지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인 것입니다.
이 외에는 미국의 그 어떤 인디언 연구에서도 인디언들이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인디언 규제라는 말도 없습니다.
구글링을 해봐도 딱히 적절한 내용이 검색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연구 결과는 꽤 있습니다. 워싱턴 대학 교수인 게리 위더수프는 아메리카 원주민 전문가입니다.
인디언의 한 종족인 나바오 여인과 결혼까지 한 그는 나바오 가족의 일원으로서 수년간 기후제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기우제를 지날 때마다 모두 12시간 내로 비가 왔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웃의 호피족이나 다른 인디언 부족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한 작가는 1700년 동안 숨겨진 절대 기도의 비밀이라는 책에 자신의 경험담을 담았습니다.
자신의 인디언 친구가 아주 간단한 기도로 비를 부르는 것을 보고 진정한 기도란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2. 조선의 기우제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더라도 그게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기우제라는 게 원래 그런 것입니다. 어느 시대든 어느 부족이든 어느 나라든 기우제는 농경사회라면 예외 없이 비 올 때까지 지내야만 하는 매우 매우 엄중한 의식이었습니다.
농경 국가에서 불은 백성의 생존뿐 아니라 왕의 목숨도 걸린 문제였습니다.
자고로 폭정은 참아도 배고픔을 참을 수 있는 백성은 없습니다.
실제로 494년까지 북만주 지역에 존속했던 부여에선 가뭄이 극심하면 왕을 기우제에 산 재물로 바치기도 했습니다. 부여는 재정일치 국가였습니다. 왕의 신성에 문제가 생겨 비가 안 오는 것이니 재물로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조선시대 때는 가뭄이 극심하면 옛날에 지내다만 신령에게까지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비가 안 오면 지방의 무명 신령들에게도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래도 안 오면 날씨와 관련 없는 신령까지 찾아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안 오면 어떻게 할까요? 간단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정성이 부족한 것이니 처음부터 다시 더욱 간절하게 하늘에 제를 올려야 했던 것입니다.
이쯤 되면 왕이 직접 기우제에 나선 마당이라 100% 비가 오는 기우제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 와중에 각호에선 호랑이 머리를 조각해 강물에 넣었습니다.
용어 상박이 돼서 혹시 강바닥에 잠자고 있을지 모르는 용을 깨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양기를 상징하는 나무는 닫고 음기를 상징하는 풍문은 열었습니다.
이 시기에 운 좋은 궁녀들은 집으로 휴가를 갈 수도 있었습니다.
궁녀들의 한을 풀어주면 마른 하늘에 비가 내릴지도 모르기 때문 입, 억울한 죄수가 있나 살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범죄자들은 풀어주었습니다. 가뭄이 길어질수록 왕의 수라상에 오르는 반찬 가짓수는
줄어들었습니다. 그야말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한 지역에서 기우제가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그 방법이 효험 있다 여겨 다른 지역으로 급속하게 퍼지기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인디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디언들의 비를 부르는 춤은 대개 뱀춤입니다. 인디언들은 뱀으로 몸을 두르거나 기우제를 관장하는 주술사들의 입에 뱀을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뱀은 통양의 용과 같습니다. 용은 비를 부릅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도 비가 오지 않으면 우리가 아는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야 했을 것입니다.
끝장 토론 같은 끝장 기우제입니다. 비가 안 오면 어차피 부족은 다 죽습니다.
그러니 비 올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기우제를 지내는 것 외에 다른 할 일도 마땅히 없었을 것입니다.
성악설로 유명한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는 기우제를 아주 못마땅히 했습니다.
사기라는 것입니다. 기우제를 안 지내도 때가 되면 비가 온다는 것을 아주 잘 알았던 것입니다.
역시 현자답습니다. 하지만 순자도 왕이었다면 기우제를 지냈을 것입니다.
백성에게 관심 없는 왕에게 향하는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왕이라는 위치이니까요.
일부에선 인디언들을 조롱하는데 인디언 기우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비 올 때까지 기도하는 것 자체가 소위 무지몽매함의 증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기우제를 아무 때나 지내는 종족이나 나라는 없습니다.
어디서든 기우제가 실패할 경우 그 뒷감당이 쉽지 않거나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기우제는 우선 국가 대사를 주관하던 관청인 소격서에서 지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비가 안 오면 어떻게 할까요? 그러면 왕세자가 나섭니다.
미래 권력이자 사실상 왕실의 이인자입니다. 그래도 비가 안 오면 누가 나서야 할까요?
결국은 왕입니다. 최후의 보루인 셈입니다. 부여 이후로 조선에 이르기까지 자연재해는 모두 왕의 잘못이라는 인식이 이어져 왔습니다.
왕이 기우제를 지내는데도 끝내 비가 오지 않는다면 당장 하늘이 임금을 버렸다고 민심이 흉흉해질 것입니다.
이어 민란이 일어날 테고 하늘이 버린 비독 한 왕조가 바뀌게 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왕이 기우제에 친이 나설 땐 관상감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오늘의 기상청입니다. 관상감에서 무엇보다 날짜를 잘 잡아야 했습니다.
어떤 날짜일까요? 그건 앞으로 비가 올 날짜이지요.
그간 쌓아온 연구와 경험을 총동원해 머지 않아 비가 올 날에 맞춰 왕이 기우제에 나서게 해야 했습니다.
이런 막중한 임무 때문에 관상감의 최고 책임자는 1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하는 영의정이 맡았습니다.
왕이 나섰음에도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면 관상감의 관원들은 처벌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3. 기우제 결언
인디언들도 마찬가지로 아무 때나 기우제를 지내지 않았습니다.
경험 많은 인디언 주술사들은 비울 시기에 맞춰 규제에 나섰습니다.
인디언 기우제의 주인공들인 호피족은 에리조나 북동 지역의 척박한 사막에서 생활했습니다.
연평균 250m가량의 비가 내렸습니다.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내면 언젠가는 분명히 비가 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바우족이나 체로키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인디언들은 비가 올 만한 시기를 기다렸다가 백인 정착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받는 대가로 기우제를 지내주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미련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아주 영악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기우제를 지내던 인디언 주술사를 레인 메이커라고 합니다.
여기엔 행운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기업에서는 탁월한 영업 실적을 올리는 사람을 레인 메이커라고 부릅니다. 단비 같은 존재라는 뜻일 것입니다. 비를 부르는 레인 메이커는 지금도 있습니다.
오늘날의 레인 메이커는 뱀춤을 추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은 비행기를 탑니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가 구름에 요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를 뿌린 바로 인공비(인공강우)입니다.
온갖 과학을 동원한 인공강우도 성공보단 실패의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그러니 옛날의 레인 메이커는 나라를 불문하고 극한의 직업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젠가 비가 내릴 것이라 굳게 믿고 할 수 있는 최선과 정성을 다해 중재를 지냈습니다.
진의사 대천명! 이게 인디언 기우제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큰일을 앞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盡人事) 하늘에 결과를 맡기고 기다린다(待天命)는 말로 좌우명으로도 많이 쓰인다. 청나라 소설가 이여진이 쓴 《경화록》에는 진인사청천명(盡人事聽天命)이란 구절이 있는데 이 또한 의미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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